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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SH] She Sings with the Voices of the Dead

by Juliane Wammen Translated by Jennifer Russell December 7, 2023

Dødens selvbiografi

  • Terrapolis
  • 2021

Kim Hyesoon

Kim Hyesoon(b. 1955) is one of the most prominent and influential contemporary poets of South Korea. She was the first woman poet to receive the prestigious Kim Su-yong and Midang awards, and her works have been translated into English, Chinese, French, German, Japanese, Spanish, and Swedish. Her translated English works include: When the Plug Gets Unplugged (Tinfish, 2005), Anxiety of Words (Zephyr, 2006), Mommy Must Be a Fountain of Feathers (Action Books, 2008), All the Garbage of the World, Unite! (Action Books, 2011), Princess Abandoned (Tinfish, 2012), Sorrowtoothpaste Mirrorcream (Action Books, 2014), I’m OK, I’m Pig! (Bloodaxe Books, 2014), Trilingual Rensi (Vagabond Press, 2015), Poor Love Machine (Action Books, 2016), Autobiography of Death (New Directions, 2018), and A Drink of Red Mirror (Action Books, 2019). Kim lives in Seoul and teaches creative writing at the Seoul Institute of the Arts. Kim, along with her long-time translator, Don Mee Choi, recently received the International Griffin Poetry Prize, Canada’s most prestigious poetry award, for Autobiography of Death (New Directions, 2019).

은 자의 목소리로 노래하다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은 2021년 동시대 한국 시인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직접 덴마크어로 번역 출간되었다(번역본 제목: Dødens selvbiografi). 3인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이 번역본은 운율이 변하는 원문의 특성을 멋지게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번역 기법을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죽음의 자서전』은 한국어는 물론 덴마크어의 맥락에서도 전통적인 문학 경계를 넘어서는 대단히 실험적이고 언어 밀도가 높은 작품이다. 문학 관습은 남성이 만들기 때문에 김혜순은 스스로를 모국어 없는 시인이라 부르고 식민지화, 폭력, 살해, 죽음으로 이어지는 기존에 정해진 구조와 바로 이 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문화 안에서 작업하지 않으며 그 대신 죽음의 기괴함과 진부함, 잔인함과 유머러스함이 모두 공존하는 색다른 공간을 창조한다. 이 작품에서 죽음은 상태가 아닌 과정이다.

『죽음의 자서전』은 불교에서 영혼이 환생하기까지의 날들을 상징하는 49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원본은 2014,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집필되었고 2016년에 출간되었다. 서문에서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 가부장적인 폭력과 침묵의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규제가 느슨해진 한 업계의 탓이라고 설명한 부분은 이 시집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보통의 덴마크 독자는 전반적인 한국의 역사와 문학은 물론 작품의 집필 계기가 된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탁월하게 번역된 시들은, 특히 그 격렬함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감각을 전달하는 특성 때문에, 읽다 보면 역사적인 틀은 서서히 배경 속으로 사라진다. 이 시들은 죽은 자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독자를 2인칭으로 부른다. 덴마크어에서는 비교적 드문 이 문학적 장치가 사용된 결과, 눈에 띄지 않는 서정적인 가 죽은 자에게 말을 거는 친밀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가 거기 있고, 거기 있었음을 인지하는 누군가가 를 안다. 시인은 심지어 죽음에서도 를 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죽은 자가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조각이며 불교의 49일이 암시하듯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흩어져 사라진다는 점이다. 거의 연극 같은 성격의 이 시들은 혐오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복잡한 구체성과 와 세상 사이에 맺어진 계층적이지 않은 관계를 지니고 있다. 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물질세계로 슬그머니 들어와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일례로 나흘에서는 기대려는 에게 물이 더 기대온다. 죽음은 강렬한 물질적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열사흘에서 너는 돌 치마를 입고 있고 열나흘에서 눈동자는 바다젤리 두 모금, 몹시 짜요라고 묘사된다). 하지만 그 섬뜩한 심상은 순전히 즐기기 위한 좀비 같은 공포를 자아내지 않는다. 그 대신 죽음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어둡고 소름 끼치며 슬픈 것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죽은 자에게 침묵의 문화에서는 거부당한 공간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시의 화자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에 살면서 죽은 자가 말하게 하는 무속인의 역할을 맡는다. 심각하고 비극적인 경험이 익살스럽고 강렬하게 전달되면서 독자에게 쓴웃음과 불편한 마음을 남긴다.

번역가 마야 리 랭바드(Maja Lee Langvad)는 후기에서 자신도 이 시집을 번역할 때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카린 야코브센(Karin Jakobsen) 교수가 먼저 대략적인 덴마크어 번역본을 제공한 후 랭바드가 시들을 취합하여 덴마크어로 다시 쓰기 위해 한국어가 유창한 예술가 쥬노 JE (Jeuno JE Kim)과 상의했다. 번역할 때 원문의 강한 구술적인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그가 소리 내 읽는 원문을 듣는 과정을 거쳤다. 이 방식은 문장을 최대한 바꾸지 않고 반복하며 운율과 어조를 강조하는 원문의 낭독하는 듯한 특징과 잘 맞는다. 독자는 운율과 두운 이외에는 기댈 곳 없이 일직선상의 진행 방향을 잃어버리며 마치 무아지경 같은 상태에 빠진다.

한국어의 조밀함, 인칭 대명사가 없어 따로 넣어야 하는 점 등 번역가가 덧붙여 설명한 고충은 번역의 어려움을 더욱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다. 그러나 이 번역본은 그 거침과 특이함, 그리고 죽은 자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자 욕망 등 그 자체로도 충분히 독립적인 작품이다.


 

줄리언 와멘(Juliane Wammen)

문학 번역가 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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