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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The Violent Violation of Violets

by Pierce Conran September 5, 2023

Violets

  • The Feminist Press
  • 2022

Shin Kyung-sook

Shin Kyung-sook is a writer. Born in Jeongeub, North Jeolla Province in 1963. She made her literary debut in 1985 when her novella "A Winter Fable" won the Munye Joongang Literary Award for Best First Novel. She is the author of seven short story collections, including The Blind Calf, The Sound of Bells, Unknown Women, and Moonlight Tales, and seven novels, including An Isolated Room, Lee Jin, Please Look After Mom, and I'll Be Right There. She has received a number of prestigious literary awards at home and abroad, including the Yi Sang Literary Award, the Dongin Prize, the Hyundae Munhak Award, Prix de l'Inapercu, and the Man Asian Literary Prize.



서정적인『바이올렛』의 과격한 배반




  신경숙의 여섯번째 장편소설바이올렛은 처음 출간된지 20년이 넘은 지금, 신경숙 작가의 리진을 번역한 바 있는 안톤 허(Anton Hur) 번역가의 훌륭한 새 영문 번역판 덕분에 새로운 열성 독자 군단을 유혹하고 있다.

  『바이올렛에서는 1970년대 시골에서 태어난 오산이라는 여인의 서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펼쳐진다. 소설 첫 줄에 조그만 여자애로 묘사된 오산이는 어린 시절 이방인의 신분이라는 특성을 갖고 보수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형성된 조신하고 소심한 성격의 젊은 여인으로 자라나 서울 중심지의 한 화원에서 일하게 된다.

  외딴방등 신경숙의 여러 소설처럼 바이올렛의 주인공도 작가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작가와 오산이는 둘 다 시골 출신으로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쫓아 어린 나이에 홀로 상경했다. 작가는 서울의 공장에서 첫 일자리를 얻었지만 오산이는 출판사 취직에 실패한 후 화원 일을 하게 된다. 그 화원은 서울에서 가장 웅장한 궁궐을 배경으로 역사의 정취가 살아 있는 광화문 대로의 작은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오산이는 동료 직원 이수애와 친구가 된다. 이수애는 활기차고 솔직 담백한 성격이지만 나름대로의 괴로운 기억을 품고 있다. 이수애의 푸른 손가락은 오산이의 푸른 손을 화원에 끝없이 늘어서 있는 다채로운 식물 속으로 인도한다. 두 사람은 같은 방을 쓰기 시작하고 주로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오산이의 일상에 몇 명의 남자가 침범하기 시작한다. 그중에는 바이올렛 사진을 찍겠다고 화원에 온 플레이보이 사진기자도 있다.

  최근 한국문학의 여성 주인공은 스스로의 운명에 책임을 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오산이는 주체성이 부족한 인물이다. 그러므로 이런 오산이를 지켜보자면 답답할 수 있다. 여기 저기 몇 마디 말만 꺼냈어도 오산이가 처했던 곤경 중에 어떤 것으로부터는 벗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산이가 말을 통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은 자기 목소리가 없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 오산이는 대를 걸쳐 내려온 한국 여성을 상징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이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앞서 느꼈던 답답함은 이해로 바뀐다.

  2001년에 나온 이 소설은 수심에 잠긴 주인공들과 명민한 은유 덕분에 당시 한국의 매체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오산이는 요즘의 시각 매체나 활자 매체에서는 더 이상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인물이다. 오산이는 어린 시절 참담한 좌절감 때문에 고독한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주변 사람과 나누지 못한 채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내면에 갇힌 삶을 살아간다.

  처음에는 작가의 묘사 솜씨 덕분에 오산이를 칭칭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폭력과 압제의 덩굴이 멀게 느껴진다. 작가는 주인공이 걷는 길을 풍부하고 생생한 식물의 묘사로 그려낸다. 그리하여 이 여인과 이 여인이 무의식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는 사회 사이에 가만히 넓어져 가는 간극이 드러나지 않는다. 곡선의 경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면서 곡선의 방향이 현재의 상황에서 지나치게 멀리 빗나간다. 그의 주위에서 갈등과 폭력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아래층에 사는 집주인 부부가 싸우는 소리, 방 맞은편에서 발생한 화재 등 그는 사방에서 괴롭힘을 당한다.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은 결국 그를 향한다. 신경숙은 이 외로움의 참화를 감상적이지 않은 문체로 전달하면서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감성적인 상징을 소설 절정부에서 잔인한 우화로 변모시킨다.

  신경숙의 참신한 비유는 소설 전반에 걸쳐 독자의 상상 속에 각인된다. 나무뿌리 같다고 달콤하게 표현된, 수애의 잔등에 튀어나온 뼈들이 있는가 하면, 오산이가 아무리 자주 물을 뿌려도 계속 물을 빨아들이는 목마른 여름철 거리의 심상이 있다. 그 마지막 심상은 자주 나타나는데 그럴 때마다 점점 더 불길해진다. 그러다 마침내 우리는 그것이 오산이를 가차없이 빨아들이는 도시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산이는 꽃에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거리의 갈증은 채워질 줄 모른다.

  그 외로움의 뿌리는 야생 미나리 군락지이다. 미나리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 덕분에 이제 서구의 관객에게도 알려진 강인한 식용 식물이다. 혹자는 이 영화가 바이올렛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저절로 생긴다는 미나리 군락지는 오산이가 예전에 살았던 마을의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운명적인 어느 봄날 오산이가 어린 시절 친구 남애에게 금지된 입맞춤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남애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그 친밀감 표현 행위에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곧장 움찔하고 오산이를 버린다. 역시 당혹감을 느낀 오산이는 이제 두번 다시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상징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묘사되는 것은 제비꽃이다. 이오의 눈이라는 별칭이 유래한 그리스 신화도 언급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제비꽃이 꽃보다는 잡초처럼 자란다는 점이다. 한쪽은 소중히 여겨지며 보살핌을 받는 반면 다른 한쪽은 뽑혀서 버려진다. 오산이는 어느 쪽인가?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신경숙의 관점은 사회가 이 연약한 꽃을 짓밟는 절정을 향해 이야기가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피어스 콘란(Pierce Conran)

영화/드라마 평론가 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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