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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Across Multiple Leaps: Kim Haengsook’s Human Time Introduces a Major Korean Poet

by Lee Yew Leong June 8, 2023

Human Time

  • Black Ocean
  • 2023

Kim Haengsook

Kim Haengsook made her debut as a poet in 1999. She has authored the poetry collections Adolescence, The Goodbye Ability, The Meaning of Others, and A Portrait of an Echo. She has received the Nojak Literary Prize, Jeon Bonggeon Literary Award, and Midang Literary Award. She is a professor of Korean literature at Kangnam University and has served as a contributing editor for the journal, World Literature. Her poetry has appeared in English in Poems of Kim Yideum, Kim Haengsook & Kim Min Jeong (Vagabond Press, 2017).


여러 번의 도약을 거쳐 완성된 김행숙의 『인간의 시간』영문판이 소개하는 중요한 한국 시인



김행숙 시인의『인간의 시간』에 대한 제이크 레빈(Jake Levine) 편집자의 서문은 대부분,  훌륭한 시선집의 일반적이지 않은, 그러나 그가 명확히 언급한 대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 제작 상황을 다루고 있다. 그의 비유와 표현을 빌리면,  시선집은 한두 명의 번역가가 아닌 부엌에  차는 번역가들의 작품으로, 레오-토마 브릴로프스키(Léo-Thomas Brylowski), 한나 헤어초크(Hannah Hertzog), 김수진, 이지윤, 박지혜, 서소은, 양수현   7명의 공동 번역가가 공동 워크숍 과정에 참여했다. 레빈은 함께 해석하고 번역하는 행위에서 얻을  있는 다양한 장점을 빠르게 소개하는 한편, 현재의 영어권 세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번역가 협업 작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역시 많은 사람이 번역에 참여한 김혜순 시인의 『한 잔의 붉은 거울』은 그해 대부분의 문학상에서 수상 자격이 없다고 간주되었다(그 이유에 대해 레빈은 누가 소금과 라임을 추가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숭배할 주방장이 없다고 추측했다). 이런 번역 방식이 달라져야 할까?



  그런 번역은 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번역과 함께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마땅하다는 것이 본 비평가의 의견이다.



  영문판으로서 『인간의 시간』은 분명 주요 세계 문학 작품 목록에 속하는 다른 시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필자가 말하는 시집 중에는 구체적으로 시간을 형이상학적 주제로 다루는 작품들도 있다. 그 예를 들자면 에텔 아드난(Etel Adnan) 『시간』이 떠오른다. ( 시집은 사라 릭스(Sarah Riggs) 번역으로 2020년도 그리핀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은 (가장 대표적으로 카프카, 그리고 오웰, 조도로프스키, 뒤샹, 괴테는 물론 아마도 헤밍웨이까지) 다양한 서양 예술가들을 언급하고 때로는  예술가들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김행숙 시인의 시각은 상상력이 대단히 풍부하며 그녀를 차별화하는 천재성이 묻어난다.



  김행숙 시인은 영원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실의 고통스러운 인식에 대해 거대한 화농이 터진 듯이/이 세상은 무섭도록 아름답다고 노래한다. 자신의 대처 방법은 어떻게 표현할까?  「「변신」 후기」에서 자신을 55킬로그램의 똥을 눠야 하는 카프카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 똥을 다 누고 사라져야 하므로 그 전에 똥을 참으며/써야 하는 것을 급박하게 쓰고 싶어 한다.


  김행숙 시인이 구체성을 고집하는 것은 그녀의 강박적인 시 쓰기 기술에서 드러나는 특징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눠야 하는 것은 단순히 큰 똥이 아니라 55킬로그램의 똥이라는 식이다. 몸에서 30센티 40센티 50 센티 떨어져 있는 통증, 산책하는 72가지 방법, 소수점 이하의 사람들(길에 쓰러져 있는 0.01)을 묘사한 시도 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상쾌한 시는 전체가 개괄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며, 그 과정에서 하이쿠의 반박할 수 없는 논리와 힘이 활용된다. 예를 들면, 1914 4 16일」의 첫 부분인 나의 생년월일입니다./나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서/죽은 친구들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좋은 작가는 단순히 구체성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김행숙 시인은 구체성이 언제 필요한지도 알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 산문시다. 그중 두 편은 길이가 세 페이지에 달한다.  5분의 2는 그보다 짧은 종류의 자유시다. 지적인 엄격함을 떠나서, 이들 시 중에 서로 대비되는 투명성과 불투명성, 내부와 외부 (그리고 어쩌면 이와 관련되어, 주변부에 추방되는 것과 깊은 곳에 안락하게 자리 잡은 것) 등의 주제에 걸쳐 상호 간에 울림을 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한 단체로 작업한 번역가들의 인상적인 역량 덕분에, 많은 작품이 상호 간에 명료한 대화를 시작하며 의미와 중요성이 깊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 시집을 전반적으로 즐겁게 읽었고 그 기쁨은 변함없이 크지만, 의구심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 시집을 약간 더 다듬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인간의 시간』이 현대 한국 시의 중요한 인재를 소개하는 역작이라고 생각하며  사실만으로도  세계 번역상 심사 위원회가 여러 번역가의 작품이라는 것에서 오는 의구심을 제쳐 두고  시집에 공정한 기회를 주기 바란다. 단순히 매우 많은 노력과 세심함을 기울여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작품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하나의 프로젝트에 두 명 이상이 협력한 결과가 항상 집단 순응적인 사고인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이 장대한 시집에 들어오기까지 이들 시 하나하나마다 얼마나 많은 버전들이 여러 번의 상상력과 이해의 도약을 거쳐 살아남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Lee Yew Leong)

Asymptote 편집장   담당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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