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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IAN] The (Hi)story Told in Black Ink

by Marco Del Corona September 8, 2023

L’Attesa

  • BAO Publishing
  • 2023

Keum Suk Gendry-Kim

Keum Suk Gendry-Kim (b. 1971) was born in Goheung in Jeolla Province, a county famous for its beautiful mountains and shores. She has written and illustrated the graphic novels Grass, The Waiting, Jiseul, Jun, The Naked Tree, and Alexandra Kim, a Woman of Siberia; the autobiographical comic The Song of My Father; the three-volume children’s comic Kkokkaengi; the picture books The Baby Hanyeo Okrang Goes to Dokdo and A Day with My Grandpa; and the children’s book My Mother Kang Geumsun. Grass (Drawn & Quarterly, 2019) appeared on Best of the Year lists from the New York Times and the Guardian, and received the Cartoonist Studio Prize for Best Print Comic of the Year and the Big Other Book Award for Best Graphic Novel in 2019, and the Harvey Award for Best International Book and the Krause Essay Prize in 2020. The Waiting, her second book to appear in English translation, is forthcoming from Drawn & Quarterly in September 2021.

먹그림으로 전하는 역사(이야기)


김금숙의 『기다림』은 역사의 현실에 건전하게 몰입한 작품이다. 개인과 집단의 뿌리에 주목하여 이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기다림』은 만화와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마도 뜻밖인 복잡한 주제를 감상할 기회를 선사한다. 날카로운 먹선을 그려낸 그림은 거침없는 흑백 양식이다. 이탈리아어판에 선택된 서체는 손으로 쓴 한글이 연상되며 그림과 잘 어울린다.
  이 그래픽 노블을 통해 우리는 일제강점기(1910-1945)의 잔혹한 유산과 나라를 둘로 나누어 놓은 한국전쟁(1950-1953)의 끔찍함이 어떻게 아직도 사회와 개인에게 고통스럽게 존재하는지 이해하게 된다(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세간에서는 너무 자주 잊힌다).
  기억은 일직선이지 않으므로, 10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진행된다. 시작은 2020, 화자이자 주인공인 젊은 작가의 엄마를 버렸다는 직설적인 발언이다. 주인공의 이 말을 통해 벌써 이 작품의 주제인 부모 세대와의 관계, 아래 세대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의 부담, 전쟁을 겪은 윗세대가 보내는 기대에 대한 부담 중 하나가 드러난다. 이전 주제와 관련하여 이어지는 또 하나의 주제는 한국의 산업 및 금융 구조에 의해 발생한 경제적 취약성과 경제적 불안감이다. 이는 유럽부터 북미까지 전 세계 다른 사회의 많은 또래가 함께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김금숙이 기억을 더듬으며 그 기억이 담고 있는 고통스러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2장의 중심인물인 주인공의 어머니를 통해서다. 주인공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어머니에게 다른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본 식민 지배의 굴욕을 당하며 낙후된 조선의 가난 속에서 힘들게 자랐던 고통을 덜어준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는 사연이 3장에 소개된다. 이 부분에서 전해지는 어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삶의 가혹한 상황도 시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되는 전원시와는 반대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저자의 그림에는 여기저기 전통적인 풍경이 인용되는 듯하다. 키우는 강아지 그림에는 애정이 듬뿍 어려 있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조선 청년을 징집하려고 시골을 샅샅이 뒤지고 있기에, 그 개의 운명은 곧 닥치게 될 그 끔찍한 상황을 예견한다.
  그다음에는 앳된 주인공 어머니의 결혼과 일본군에게 승리를 거둔 소련군이 당도하는 내용이 나온다. 점령의 두려움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공존하는 가운데 민족운동의 주인공들은 자기주장을 펼친다. 그들은 5장의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그래도 행복하다. 부부에게는 아들이 있고 모든 것이 미소를 띤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에 전쟁이 시작되고, 열을 지어 도망치는 피난민들의 괴로움과 그 혼란 속에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린 이들의 악몽이 펼쳐진다. 바로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 부분에서는 그림이 표현주의 양식으로 변하며 굵은 먹선이 두드러진다.
  충격적인 생이별의 경험은 보이지 않는 단층선처럼 한국 사회 전체를 가로지른다. 남북한 정부의 합의 하에 적십자에서 진행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고통을 제대로 덜어주지 못한다. 그 사실을 『기다림』은 마지막으로 만난 지 68년 만인 2018년에 다시 만나는 두 자매의 사연을 통해 보여준다.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새 남편과 아들(, 주인공의 새 오빠)과의 관계, 북한에 남아 있는 잃어버린 배우자들 찾기, 언니의 죽음 등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을 돌아본다. 주인공은 어머니가 두 개의 삶을 살았다는 사실과 두 번째 삶이 첫 번째 삶을 지우지도, 상처를 잠재우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결국 무엇이 남는가? 기억이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기억을 모아 어머니의 보호자 겸 증인이 되고, 한국을 둘로 나눈 삼팔선과 가장 가까운 곳, 북한과 바로 마주한 곳인 강화도로 이주한다. 주인공은 다음에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시면 평화 전망대에 모시고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마르코 델 코로나(Macro Del Corona)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문화부/문학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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